우리 집 책장에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집이 있다
류시화 시인의 시집입니다.
198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의 시 부문으로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제가 서점에서 이 시집을 살 때에는 시인이 여성인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본명이 안재찬이라는 남자라는 걸 알고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류시화 시인도 지금은 60대 중반이라고 합니다
류시화 시 3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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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살고 싶다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사랑하고 싶다
두눈박이 물고기처럼 세상을 살기 위해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
우리에게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만큼 사랑하지 않았을 뿐
외눈박이 물고기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
혼자 있으면
그 혼자 있음이 금방 들켜 버리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목숨을 다해 사랑하고 싶다
소금별
소금별에 사는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수 없네
눈물을 흘리면
소금 별이 녹아 버리기 때문
소금별 사람들은
눈물을 감추려고 자꾸만
눈을 깜빡이네
소금 별이 더 많이 반짝이는 건
그 때문이지
🍞🍞🍞
빵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고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시 감상하시고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