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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시인/ 구름속에 메밀꽃 심는 /시계수리공의 장례식/생애전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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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영 시인
1995년 「현대 시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유성호 (문학평론가)는

박서영은

심장의 타오름으로, 그 최초의 떨림으로, 사랑의 통증과 시간의 눈물샘과 슬픔의 깊이를 노래하는 '심장의 시인이다.

우리는 그녀의 아름다운 심장이 수채처럼 번지고 뒤섞이며 사물들의 발원지와 소실점을 선연하게 담아내는 순간을 눈부시게 목도한다

그리고 그녀가 아프고 예민하게 바스락거리는 구름 소리를 듣고, "한 방울 눈물이 평생의 고백"이라는 것을 노래하고 궁극에는 "결별의 저녁에 몰려오는 뼈의 문장들"을 미세하게 탐독하고 기록하는 가정을 통해 그녀가 정말 심리적 사유와 감각을 빼어나게 견지한 시인임을 알게 된다.

*

*

*

박서영은 다른 이들로서는 도저히 "가질 수 없는 심장"으로 그 "심장이 관측할 수 있는 가장 먼 세계"를 바라보고 펼쳐 낸다.

*

*

그러니 그녀를 심장을 연금술사라고 불러도 되지 않겠는가라고 평하였다

 

 

 

 

 

 

 

 

 구름 속에 메밀꽃 심는 법

 


키가 작으면 된다 
땅에 엎드리면 된다 
구름과 메밀밭은 천지간에 있어 무릎을 꿇으면 된다
 누우면 된다
눈동자 속에 구름 꽃밭 만드는 것 


그렇게 하면 된다
검은 눈동자는 울음의 시작이며 끝이다
울음으로 첫 번째 언어가 터져 나갔을 때
쭈그리고 앉아 문득 올려다본 하늘
 구름 꽃병 속에 메밀꽃 들어 있었다

 그것은 심장 같았다
 내 심장을 갈아엎고 당신에게 달려가는 것
그때부터 내 호흡이 시작되었다

나는 땅에 눕는다   
몸 안에 가득 퍼지고 있다
 고통을 품은 사랑이 발달하고 있다

 

 

 

시계 수리공의 장례식 

모든 죽음은 정교하게 다듬어지고 
남은 사람들은 시계를 보는 습관이 생겼다 


흰 벽에 걸린 시계가 물고기처럼 가고 있다
 저 부드러운 지느러미
 한 번도 만진 적 없어서 아름다운 지느러미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더 아름다운 지느러미
 나는 시계 속의 무량한 구멍으로 당신을 느낀다


 장례식에서도 시간의 주유소는 번창하고 있다
 울음을 뒤덮고 남은 웃음으로 지폐를 세는 손
산 사람은 살아야하는 뻔뻔함으로 
시계를 본다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국밥 한 그릇씩 앞에 놓고
 심각하게 앉아 있는 시간의 덩어리들 


당신은 두려운 이미지만 남긴 채 웃고 있구나
 평생 시계 속의 파닥거림에 몰두한 당신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 고단함으로
 몸 안의 건전지를 갈아 끼운다


 심장을 너무 많이 찌른 바늘이
마음의 귀신을 파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고 있다

 

 


생애전환기 

 

의료보험공단에서 
생애전환기의 건강검진 통보를 보내왔다
환승역에 닿아서 겨우 종이 한 장 받은 기분이다 
겨우 몇 걸음 걸었을 뿐인데
 어디로 갈아타야 할지 모르는데

 발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잔뜩 긴장해서 
통보서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무서운 병명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위꽃, 유방꽃, 자궁경부꽃, 당뇨꽃, 빈혈꽃. 폐결핵꽃, 정신질환꽃,
 끝에 꽃을 붙이니
 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정신이 번쩍 든다
 꽃의 짧은 생애
 붉고 아름다운 꽃의 투구와 방패를 뒤집어쓰고
 생애전환기를 건너야 한다

 건너는 것도 오르는 것도 갈아타는 것도
 어쨌든 한 생애를 굴러다니는 일

 무 자르듯 딱 생애전환기라니! 

병의 기원이 적힌 흰 종이 속의 꽃밭
 어떤 절벽에서 어떤 절벽으로 뛰어내리라는 건지
 허공에서 바닥인지, 바닥에서 허공인지
 그 경계를 지우느라
 마음이 당신에게 달려가는 줄도 모르고,
 일분일초가 내겐 생애 전환기라는 것을 
저 꽃이 다 아는데 
저 새가 다 아는데 

저 바람이 다 아는데,
...

 

오늘 병원에 가는 길에 갑자기 찬바람이  많이 불고 날씨가 쓸쓸하네요 

곧 건강검진을 하는데 생애전환기의 시가 가슴에 와닿네요

모두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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