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구된 휴지/이범선 단편소설/부모의 사랑/편지/이모티콘 표현
2025. 6. 11. 01:14ㆍ리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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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선(1920~1982)
'표구된 휴지'는 한국의 소설가 이범선의 대표적인 단편 소설 제목으로, 작품의 중심 소재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는 문자 그대로 '액자에 넣어진 휴지'를 의미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단순한 휴지가 아닌, 소중한 가치로 표현됩니다.
「표구된 휴지」
책 줄거리
화가인 '나'는 자신의 화실 벽에 아주 특별한 액자 하나를 걸어두고 있습니다.
그 액자 속에는 그림이나 서예 작품이 아닌, 누렇게 바래고 꼬깃꼬깃한 휴지 조각 같은 종이가 들어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 액자에 담긴 사연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과거에 은행원으로 일하던 '나'의 친구가 이 종이를 가져와 표구를 부탁했습니다.
친구가 근무하는 은행에는 매일 마감 시간 무렵, 허름한 차림의 지게꾼 청년이 찾아와 땀 흘려 번 적은 돈을 꼬박꼬박 저금하곤 했습니다.
그는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았지만 매우 성실해 보였습니다.
어느 날, 그 청년은 그동안 저금통에 모아 온 동전을 누런 창호지에 싸서 가져옵니다.
은행 업무가 끝난 뒤, 친구는 청년이 동전을 싸 왔던 그 종이를 무심코 펼쳐보다가 그것이 돈벌러온 아들에게 보내는 늙은 아버지의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편지는 가을에 문을 바르고 남은 누렇게 변한 창호지에다가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엉망이고
글씨도 삐뚤빼뚤했지만,
그 안에는 편지 내용은 주변에 소소한 일상이 전하고 있다
시골에서 한 해 농사지은 이야기며, 소가 새끼를 낳았다는 거 우물집 할머니가 죽었다는 것
장손이는 장가갔고 앞집 순위가 감자를 삶아 가지고 와서 자신은 시집을 가지 않을 거라고 얘기했다는 것 등
시골에 사는 아버지가 도시에서 일하는 아들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며 끈끈한 사랑이 절절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너거 엄마는 돈보다 너가 더 조타 한다."
이 구절을 읽은 친구는 큰 감동과 충격을 받고
이 보잘것없는 편지 조각이 세상 어떤 예술 작품보다 더 숭고하고 가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본 나의 친구는 이 편지의 가치가 국보급으로 여기고 표구를 하려고 하고
화가인 '나'를 찾아와 이 '휴지'를 정성껏 표구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입니다.
왜 국보급일까
개인화되어 가고 있는 이 시대에 이 편지는 농촌마을의 공동체 삶을 바탕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마을은 이웃에 관한 모든 소식을 가족의 소식인 적 것처럼 편지 내용에 써 보내고 아들이 알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이웃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전통적인 삶이 남아 있기에......
다시 현재로 돌아와,
'나'는 화실에 걸린 이 '표구된 휴지'를 볼 때마다 세속적인 가치와 계산적인 인간관계에 지친 자신을 돌아보고, 편지에 담긴 꾸밈없고 진솔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마음의 위안과 평안을 얻습니다.
소설 속 '표구된 휴지'상징적 의미: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물질적 풍요와 외형적 가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진정한 가치는 값비싼 물질이 아닌, 사람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에 있음을 역설합니다.
자식에 대한 부모님의 조건 없고 헌신적인 사랑을 상징합니다.
투박하고 서툰 표현 속에 담긴 깊은 정을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합니다.
무엇이 진정한 예술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화려한 기교나 값비싼 재료가 아니더라도, 진실한 감동을 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표구된 휴지'는 단순히 낡은 종이 조각을 넘어, 인간의 순수한 사랑과 본질적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문학적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글을 읽고 나서 느낌은 ◈
편지 한 장이 주는 따뜻함, 이모티콘이 닿지 못하는 곳
이범선 작가의 단편소설 『표구된 휴지』를 다시 펼쳐본 건, 문득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서 받은 짧은 손 편지 한 장, 혹은 노랗게 빛바랜 봉투 하나.
그 속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그리움과 미안함, 사랑과 기다림이 추억으로 접혀 들어 있었다.
한 글자, 한 문장 속에 담긴 진심은 기다림을 이겨내고, 침묵의 무게를 견딜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웃는 얼굴을 😄 하나로, 사랑의 감정을 ❤️ 하나로 대신한다.
몇 초 만에 전송되고, 읽히고, 사라지는 대화 속에서 우리는 점점 말이 짧아지고, 감정이 가벼워진다.
이모티콘은 편리하지만, 때론 너무 가볍다.
메일은 정중하지만, 그 안에는 때때로 사람 냄새가 아쉽게 느껴진다
현대의 소통은 속도를 택했고, 예전의 편지는 기다림을 택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주고받는 메시지보다, 몇 년이 지나도 간직하고픈 손 편지 한 장이 마음에 더 오래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이제, 다시 그런 느린 감정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속도의 무관심 속에 잊고 지낸 친구에게, 미안했던 가족에게 그 사람이 직접 꺼내어 읽을 수 있도록,
손글씨의 체온을 함께 담아서 쓰고 싶다 ♣ ♣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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